모든 사람들은 사고한다. 모든 사람들은 또 행위한다. 행위는 드러나지만 사고 그 자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의식적 행위는 사고의 결과이다. 개인의 사고 경향과 행위 경향이 일관성을 가지게 되고 상당한 정도의 사람들에게 그런 일관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 그 일관성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또 사람들에게 의식적 행위를 유도하는 사고는 주로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은 ‘사상’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몇 가지 사상의 영향을 받아 사고하고, 그 사고의 결과를 의식적 행위로 표출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특정 사상의 영향을 받아 사고하고 행위하는 경향이 강하면 그 사상은 다른 사상들에 비해서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우리시대에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사상이란 자유주의일 것이다.
사람들은 때로는 이전과는 다른 유형의 사고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됨에 따라 의식적 행위의 경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게 되면 새로운 하나의 사상이 발생하게 된다. ‘새로운 사상’이 이미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사상과 조응하는 정치 질서와 사회 질서를 새로운 질서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성장하게 되면, 이 새로운 사상은 ‘변혁 사상’으로 부상하게 된다. 시민 혁명 시기의 자유주의 사상과 20세기의 마르크스주의가 대표적인 변혁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상들이 우리시대에 작동하는가? 각 사상의 이론 내용은 어떠한가? 우리시대에 작동하는 다양한 사상 경향들은 각기 우리시대에 어떤 위상을 갖는가?를 탐구하는 방편으로 삼기 위해 구상한 것이 이 책이다. 달리 말한다면 우리시대는 어떤 성격을 가진 시대인가? 우리시대를 살아 가는 사람들의 사고 경향과 행위 경향은 어떠한가? 우리시대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향해 가는 곳이 있다면 그 방향은 바람직한가?를 정치 사회 사상을 중심으로 탐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구상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주요 내용은 우리시대의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우리시대의 마르크스주의, 우리시대 한국 사회의 마르크스주의와 탈마르크스주의, 우리시대의 민족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정치 사회 사상의 기원과 전개, 우리시대의 반전 반핵 사상, 우리시대의 과학 기술 사상, 우리시대의 환경 사상, 우리시대의 여성주의, 우리시대의 아나키즘, 유목주의, 한국 전통 사상의 현대적 구현 등이다. 우리시대를 움직이는 주요 사상들을 망라하여 그것들의 이론 구조와 역동성을 추적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이 나(개개인 자신)를 지금 이렇게 살아 가게 하는가?\' \'무엇이 나를 기쁘게도 하고 힘들게도 하는가?\'를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하고자 하였다. 이런 생각과 함께 자신이 더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들까지도 더 행복해지는 길을 많은 사람들이 모색하게 되면 ‘행복한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좋은 사상’은 시대를 조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 때 ‘창출’되어지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