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 그림들을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상세하게 묘사-
파리의 루브르(Louvre)에서 지금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데, 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루소와 함께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희곡작가 및 예술비평가이며 <백과전서>를 만든 장본인으로 유명한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루브르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 그림들을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상세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디드로는 그림이 전해주는 전체적인 느낌과 효과를 독자들에게 펼쳐주기 위해서 일화, 여담, 편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림을 묘사하였다. 18세기 미술전시화와 프랑스의 미술사인 이 책은 디드로의 이러한 글들을 모아 놓은 <쌀롱>을 번역한 책이다.
-이 책에서‘쌀롱’이라는 말은 미술 전시회를 보고하는 저널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쌀롱(salon)’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17세기와 18세기에 문화를 담당했던 부인들의 거실을 의미한다. 여기서 ‘살롱’은 철학자, 문인, 학자, 예술가 등이 모여 거기에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회합’의 성격이 강하다. 둘째, 미술 전시회를 의미한다. 17세기 중엽, 프랑스 회화·조각 아카데미는 매년, 혹은 격년으로 루브르의 거실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여기서 ‘쌀롱’이라는 말은 미술에 대한 평이기도 하지만, 미술 전시회를 보고하는 저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편지’라는 양식을 통해서 마치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듯이 비평하였다.-
당시 문예지인 <문학통신>의 편집장이었던 프리드리히-멜리오르 그림(Fridrich-Melchior Grim)은 루브르의 미술 전시회를 비평하다가 자신이 신통치 못함을 깨닫고 디드로에게 말없는 회화에 말을 걸어보라고 권유한다. 친구 루소가 <인간불평등기원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던 시기, 디드로는 그림의 권유를 받아들이면서 화가들의 말을 번역하는 이 실험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림이 발행했던 <문학통신>은 삭스-고타의 공비나 러시아의 예제 예카테리나 2세 같은 왕족들이 예탁했던 문예지였기 때문에 주로 국외로 우송되었다. 그래서 디드로는 파리의 루브르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림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그것을 묘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드로는 친구인 그림에서 편지를 쓰듯이 비평한다. 디드로는 ‘편지’라는 양식을 통해서 마치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듯이, 그리고 비평가들이나 화가들의 아우성에 신경 쓰지 않고서 그림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